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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음식이었던 빵은 언제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일까.
처음에는 19세기 말 유럽의 카톨릭 신부가 선교를 위해 한반도를 찾으면서 서양인의 주식이었던 빵이 우리나라에 전해지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빵이란 단어는 포루투칼어 ‘팡데로(Pão-de-ló)’를 일본인들이 ‘빵(pão)’으로 부르면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처음 빵이 들어왔을 당시에는 ‘빵’이라는 단어 대신 중국어를 우리의 한자 음으로 읽은 ‘면포(麵麭)’라는 말로 먼저 불렸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서는 빵을 만드는 주 재료인 밀가루가 황해도 같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었고 서양의 밀에 비해 글루텐 성분이 적어서 빵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또한 빵을 만들 때 필요한 이스트와 설탕도 없는 상황에서 빵을 만들기란 더욱 어려웠다.
그럼 우리나라의 빵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을까? 빵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 치하 당시 일본의 양과자점들이 국내로 들어오면서부터다.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 술빵 등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빵들이 이때 들어왔다. 이런 류의 빵들은 빵의 본산지인 유럽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본식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너무 비싸 조선의 소수 상류층만 먹을 수 있었던 빵은 일본 공장에 의존해 도매와 소매가 확실하게 구분되었었다. 당시 일본의 영향으로 양과자나 화과자 등 디저트가 유입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제과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1942년의 자료에 따르면 빵과 과자업에 종사한 일본인 업자 수는 155명인 데 비해 조선인의 수는 두 배가 넘는 323명이었다. 그러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빵집’이 늘어나고 일본인들이 차린 제과점들을 조선인들이 이어받게 되면서 한국에 빵과 과자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10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북 군산에 위치한 유명한 빵집 ‘이성당’도 1920년대 일본인이 남긴 ‘이즈모야’ 제과점을 매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1920년대 후반에는 밀가루를 제분하는 공장들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한반도의 도시에서 빵의 시대가 열렸다.
6·25전쟁 후 미국에서 다량의 밀가루 원조가 들어오면서 빵 양산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상미당 제과점에서 출발한 삼립산업제과주식회사와 영일당제과로 시작한 크라운제과다. 미군이 제공하는 밀가루와 설탕을 받은 이 양산업체들은 빵을 만들어 군대에 납품했다. 미국의 밀가루 원조로 밀가루가 풍부해지자 우리나라 정부는 1960년대를 전후해 ‘빵과 라면 등을 밥 대신 먹자’는 의미의 ‘분식장려운동’을 펼쳤다. 이때부터 빵이란 음식이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도 각인되기 시작됐다. 초등학교에서는 옥수수빵과 가루 우유가 나왔고 박정희 정부의 혼분장려정책등의 환경 속에서 한국 제빵 산업은 큰 발전을 이룩했다.
21세기 후반에는 서양과의 교류가 활발해져서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고품질의 빵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으로 유명 빵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생긴 빵집들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태극당, 뉴욕제과, 고려당 등이며 한국의 빵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곳에 가도 쉽게 빵집을 찾아볼 수 있고 빵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을 장악하면서 동네 빵집이 운명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어딜가나 똑같은 맛이 나는 규격화된 빵이 소비자의 인식에 고정된 것이다. 최근에는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빵들을 판매하는 수제 빵집들이 등장해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빵을 얼마나 먹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8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빵류 시장]에 따르면 국민영양식품통계의 조사에서 단팥빵 85g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인당 빵 섭취량은 2012년~2018년 사이에 연간 78개에서 연간 90개로 증가했다고 한다. 더하여 동일한 기간에 쌀을 먹는 것이 감소해 쌀밥 대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꾸준히 성장 중인 제빵 시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어떤 종류일까. 한국 빵도 역사를 쌓아오며 다른 나라와는 구분되는 특징을 만들어가고 있고 한국의 빵은 유럽의 빵들과 비교할 때 달고 부드럽다. 유럽 사람들과 다르게 빵을 주식이 아닌 간식으로 먹기 때문이다. 빵을 전보다 훨씬 많이 섭취하지만 여전히 빵이란 밥 대신 대충 떼우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 이유 때문에 한국의 빵집 진열대에는 단과자류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다. 빵은 버터와 크림 같은 유지방이 많이 첨가될 수록 단과자 빵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빵은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다. 프랑스의 껍질이 딱딱하고 어두운 색의 빵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얇은 껍질과 연한 색 그리고 부들러운 속살의 빵을 많이 굽는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빵을 좋아한다고 한다. 부드럽고 촉촉한 쌀밥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서양권에서는 빵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고기와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기 때문에 빵 맛이 단순해야 하지만 한국처럼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곳은 빵을 간식으로 찾기 때문에 단순한 빵보다는 토핑이 올려지거나 크림이 채워진 달콤한 빵들이 인기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수제 빵의 열풍이 불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제 빵들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건강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부제와 첨가제를 넣지 않은 빵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제빵사들 사이에서도 조금 더 비싼 값을 주더라도 좋은 원료로 만들어 건강한 빵을 굽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요즘 소비자들은 마트나 프랜차이즈 빵집보다는 동네 수제 빵집의 건강한 빵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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