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녕느린토끼의 클래식 빵 도장깨기 중이다. 이번에는 요거트 식빵이다. 지난번 르방 베이글과 마찬가지로 상업용 이스트 없이 르방만으로 발효해 굽는 레시피다.
이 레시피 역시 르방에 설탕과 밀가루, 그리고 약 70%물을 넣고 되직한 사전 반죽을 만든다. 이렇게 설탕이 첨가된 되직한 르방을 스위트 스티프 르방이라고 부른다. 수분율이 낮은 르방은 발효력이 강해서 구조력이 약한 반죽에 자주 사용된다.
전날 아침, 사전 반죽을 만들어 실온에서 약 6시간 동안 4배로 키웠다.
본 반죽에서 실수로 처음부터 버터를 넣고 믹싱을 시작해 믹싱 시간이 길어졌는데, 목표 반죽 온도인 27도는 맞출 수 있었지만...이 실수가 이후 공정에 계속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나저나 믹싱 내내 퍼지는 달콤한 요거트 향에 얼른 구워보고 싶었지만, 이틀이 걸리는 공정이라 꾹 참아야했다.
실온 25~26도에서 약 3시간 50분 동안 1차 발효한 뒤 냉장고에서 15시간 저온 발효했다.
다음 날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분할하고 실온화와 벤치타임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1시간 30분이 지나도 힘이 덜 빠졌고 반죽 온도도 19도. 식빵 모양으로 성형하는데 반죽에 탄력이 많이 남아있었다.
책에 나온 것 처럼 26도에서 4시간 동안 2차 발효했지만, 발효 부피가 한참 부족해 보여 1시간을 더 두었다. 그 이상은 과발효가 우려돼 5시간 만에 그대로 오븐에 넣었다.
190도로 예열한 오븐 가장 아래 칸에 넣고 24분간 구웠다. 굽는 내내 부드럽고 달콤한 요거트 향이 퍼졌다.
단면을 보면 반죽이 충분히 부풀지 못해서 아래쪽은 특히 눌린 듯 납작한 기공이 생겼다.
요거트가 들어간 식빵이라니 맛이 정말 궁금했는데, 향처럼 정말 달콤 새콤한 식빵 맛이다. 2차 발효 부피는 부족했지만 장시간 발효 덕분인지 식감이 아주 부드럽고 가벼워서 바삭한 토스트보다는 결결이 뜯어먹기 좋은 식빵이다.
이번 요거트 식빵의 2차 발효시간이 길어졌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 과도한 믹싱으로 르방이 힘을 못쓰고 반죽에 탄력이 강하게 생겨 발효가 지연되었다.
- 그 영향으로 벤치 타임 후에도 반죽에 탄력이 많이 남아있었다.
- 식빵 모양으로 성형 할 때 밀대로 가스를 많이 뺐다.
처음에는 팬닝량 계산을 잘못했나 싶었지만, 공정을 곱씹어보니 역시 믹싱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음을 깨달았다.
르방만으로 발효하는 식빵은 특히 르방의 힘이 중요한데, 과도한 믹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반죽은 이후 공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책에서 사용하는 믹서와 다르기 때문에 믹싱 시간과 속도에 더 주의가 필요했다.
실수로 버터를 초반에 투입했으니 늦긴 했지만, 기계 믹싱을 최소화하고 폴딩으로 글루텐을 발전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에서는 10.5×10.5×9.5cm 큐브 틀에 240g 팬닝했는데, 내 큐브틀 9.5×9.5×9.5cm 에는 195g를 팬닝했다.
하지만 반죽 상태나 부풀 힘을 고려하면 240g 정도까지 팬닝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산형 식빵은 ‘부풀 힘’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다음에는 믹싱에 더 집중해서 다시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요거트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 깊었던 만큼, 조정해서 다시 구워보고 싶은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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