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녕느린토끼의 클래식 빵, 두 번째 연습 품목은 베이글이다. 상업용 이스트 없이 르방만으로 발효하고, 1차 저온법으로 완성까지 총 이틀이 걸리는 긴 공정이다. 보통 베이글은 짧은 발효와 케틀링으로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하는데, 이와는 다르게 장시간 저온 발효 방식이 아주 흥미로웠다.
하루 전 날, 먼저 사전 반죽을 준비한다. 수분 100%로 키우던 르방 리퀴드에서 일부를 덜어낸 뒤, 밀가루 100%, 물 63% 그리고 설탕을 넣고 섞는다. 질감이 되직해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렇게 만든 사전 반죽은 실온에서 약 6시간 동안 4배로 부풀린 뒤 본 반죽에 넣는다. 통밀은 원 레시피의 T150 대신 스펠트 통밀로 대체했다.
수분율이 낮은 반죽이라 차가운 냉장고 물을 사용했고, 최종 반죽 온도는 24도로 조금 낮게 나왔다. 실온에서 4시간 1차 발효한 뒤 냉장고에서 17시간 저온 발효했다. 실온에서는 약 2배, 냉장 휴지 동안은 0.5배 정도 부풀어 최종적으로 약 2.5배로 늘어난 모습이었다.
다음날, 실내 온도가 27도로 다소 높은 편이라 실온화는 짧게 20분만 진행했다. 반죽에서는 르방 특유의 새콤한 향이 강하게 퍼졌다. 성형 속도를 고려해 휴지는 10분만 주었는데, 반죽 중량에 비해 시간이 짧아 탄력이 강했고 성형이 쉽지 않았다. 특히 스펠트 통밀 때문인지 반죽이 다소 찐득거려서 깔끔하게 성형하지 못했다.
2차 발효는 에어컨을 켜둔 방에서 70분간 진행했다. 핑거테스트에서 눌린 자국이 돌아오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케틀링을 시작했다. 물 1L에 몰트 액기스 40ml를 넣고 끓이고, 한 면당 30초씩 데쳐 테프론 시트에 옮겼다.
오븐은 베이킹 스톤을 넣고 230도로 50분간 예열했다. 데친 베이글은 오븐에 넣기 직전, 스팀용 물을 함께 예열한 법랑팬에 소량 부어 스팀을 더했다. 굽기는 230도 상하단 열선 모드에서 13분, 이후 230도 컨벡션+열선 모드로 5분 더 구워 구움색을 고르게 내주었다.
케틀링용 물에 몰트액기스 양이 많았고 오븐 온도가 높아 구움색이 진하게 나왔지만, 오히려 화덕 베이글 같은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구울 때 퍼지던 르방의 새콤한 향에 산미가 너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성된 베이글에서는 적당한 산미만 남아있었다.
사전 반죽과 본 반죽 모두에 소량의 설탕이 들어가 산미를 중화해주었고, 버터 덕분에 크럼은 아주 부드럽게 완성되었다. 초강력분으로 만든 오리지널 베이글과 유사하게 쫄깃한 식감이 나와서 신기했다. 르방으로 장시간 저온 발효해 만드는 베이글은 처음이었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앞으로 자주 만들 것 같은 레시피다.
무엇보다 르방이 밀가루 대비 40%나 들어가고 통밀이 배합되어 소화도 잘되고, 조금 더 건강한 느낌이 든달까.
잠봉과 치즈, 루꼴라를 넣고 베이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홈베이킹 중 가장 행복한 순간! 이 베이글은 깜빠뉴나 바게트 같은 하드계열을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워도우인 것 같다. 다음엔 설탕을 빼고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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