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고를 때 단백질 함량을 신경 써본 적이 있는가?
베이킹을 막 시작했을 땐 '강력분'만 쓰면 다 되는 줄 알았고, 프랑스 밀가루 T65 같은 단어는 낯설기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레시피로 빵을 만들어도 밀가루에 따라 식감도 다르고 발효 속도도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단백질 함량'이다.
밀가루 속 단백질, 왜 중요할까?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물과 만나면 글루텐을 형성한다. 이 글루텐이 빵의 뼈대를 만들어주며, 반죽이 발효되며 만들어내는 가스를 붙잡아 풍성한 부피를 만들어낸다. 단백질이 많을수록 더 강한 글루텐이 형성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더 잘 부풀고 쫄깃한 빵을 만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죽의 종류, 발효 시간, 수분율 등에 따라 오히려 단백질이 낮은 밀가루가 더 어울리는 경우도 많다.
단백질 함량별 밀가루의 분류
단백질 함량 | 밀가루 분류 | 사용 예시 |
7~9% | 박력분 | 쿠키, 스콘, 케이크 등 |
10~11.5% | 중력분 | 팬케이크, 머핀, 크럼블 등 |
11.5~13.5% | 강력분 | 식빵, 사워도우, 브리오슈 등 |
13.5% 이상 | 초강력분 | 바게트, 치아바타, 베이글 등 |
국내 밀가루도 대부분 이 기준에 따라 분류되지만, 외국 밀가루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밀가루 T65는 회분 함량 기준으로 분류되지만, 평균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11~12% 수준으로, 일반 강력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다. 이로 인해 프랑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했을 때, 국내 강력분으로는 너무 질기거나 과하게 부풀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단백질 함량이 반죽에 미치는 영향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반죽은 수분을 더 잘 흡수하고, 탄력 있는 글루텐망을 형성한다. 이런 반죽은 발효 중 잘 퍼지지 않고 위로 힘 있게 부풀며, 구운 뒤에는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반면 단백질이 낮은 밀가루는 퍼지는 성질이 있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하지만 같은 단백질 함량이라도 '질'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밀가루는 단백질이 많아도 글루텐 형성이 느리고 약하며, 어떤 밀가루는 적은 단백질로도 탱탱한 반죽을 만든다. 특히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밀가루나 오래된 밀 품종의 경우, 이런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어떤 빵에 어떤 밀가루를 써야 할까
- 식빵이나 브리오슈처럼 높은 부피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원하는 빵에는 11.5~13%의 강력분이 적당하다.
- 바게트, 치아바타처럼 크러스트가 중요하고 수분율이 높은 빵에는 단백질 12% 이상의 강력분이나 초강력분이 어울린다.
- 타르틴 스타일의 사워도우는 글루텐 형성력뿐 아니라 풍미도 중요하기 때문에 T65나 강력분, 중력분을 블렌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반면, 스콘이나 비스킷 같이 퍼지는 반죽에는 강력분은 오히려 조직을 뻣뻣하게 만들기 쉽다.
밀가루를 썪어 쓰는 '블렌딩'도 좋은 방법이다. 단백질이 너무 높아 반죽이 단단해질 때는 중력분을 섞어 조절할 수 있고, 반대로 탄력이 부족할 때는 초강력분을 일부 섞어주는 것이다.
밀가루 선택, 정답은 '목적에 맞게'
좋은 밀가루란 단순히 단백질이 많은 밀가루가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은 빵에 맞는 밀가루다.
같은 단백질 함량이라도 결과가 다르고, 국산 밀가루도 제대로만 쓰면 멋진 빵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밀가루를 쓸지를 알고 선택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밀가루의 또 다른 요소인 회분(ash) 함량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회분이 빵의 풍미와 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것 또한 우리가 밀가루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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