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을 만하면 다시 보는 빵 메모장

밀가루 속 '회분'이란 무엇일까?

doughnote 2025. 5. 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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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만들며 밀가루의 '단백질 함량'은 익숙한 기준이지만, '회분'이라는 단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프랑스 밀가루를 사용할 때 자주 마주치는 'T45', 'T65' 같은 숫자가 바로 이 회분율을 뜻한다는 점에서, 회분은 단순한 정보 이상으로 밀가루를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회분은 밀가루를 태웠을 때 남는 무기질의 양을 말한다. 이 회분율은 곧 밀의 껍질 부분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껍질 가까운 부분에는 무기질이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회분율이 높을수록 제분도가 낮고 껍질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프랑스 밀가루에서는 이 회분율이 밀가루 등급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T45는 회분율이 0.45% 이하인 매우 흰 밀가루를 뜻하고, T65는 약 0.65%, T80은 0.75~0.90% 수준이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밀기울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어 색이 더 진하고 풍미도 더 강해진다. 

 

반면, 국내 밀가루는 주로 '단백질 함량'을 기준으로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뉜다. 회분 수치는 패키지 뒷면의 성분표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부각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프랑스 밀가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숫자들이 단순한 이름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

 

회분이 높은 밀가루가 단순히 '건강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제빵성이 좋다고는 보기 어렵다. 풍미는 깊어질 수 있지만, 제빵 과정에서 수분 흡수가 커지고 글루텐 형성이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르틴 스타일의 사워도우처럼 길게 발효시키는 빵에서는 회분율이 높은 밀가루를 썻을 때 반죽이 너무 질척이거나 발효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회분율은 '좋다' 혹은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빵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 요소이다. 가벼운 식감을 원한다면 T45, 풍미가 강한 시골빵 느낌을 원한다면 T80 이상을 선택하는 식이다. 국내 밀가루를 사용할 경우에도 제품의 회분율을 참고하여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 

 

회분은 밀가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지표다. 다음에 밀가루를 고를 때는 단백질뿐 아니라 회분율도 함께 살펴보면, 빵의 결과물이 더 선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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