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녕느린토끼의 클래식 빵』 도장깨기 아홉 번째 빵, 루스틱.
통밀과 호밀이 꽤 들어가고, 르방도 50% 가까이 들어가는 레시피라 기대를 안고 반죽을 시작했다.
최근엔 강력분 르방의 강한 발효력에 매료되어, 르방이 들어가는 모든 빵에 강력분 르방을 사용해왔다. 3일에 한 번씩 밥은 주고 있지만, 어쩐지 T65 르방이 외로워 보였다. 풍미를 위해 이번 루스틱에는 T65 르방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실온에서 약 5시간 키운 T65 르방. 윗면이 봉긋한 피크를 살짝 넘긴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주방 온도가 거의 29도로 르방을 키우기엔 다소 높았던 것 같다.
반죽은 손반죽으로 진행했다. 오토리즈와 폴딩 2회를 포함해 약 3시간 걸렸고, 이후 냉장 휴지에 들어갔다.
출근하는 친구에게 빵을 전해주기로 약속을 잡고 냉장고 속 반죽이 무사하길 바라며 잠들었다. 다음날 알람도 없이 벌떡 일어나 제일 먼저 반죽부터 꺼내 실온화했다.
냉장 휴지 14시간 30분.
실온화는 28도 주방에서 30분. 큰 반죽임에도 30분 사이에 부피가 약간 커진 것이 눈에 띄었다.
반죽을 뒤집어 꺼낸 뒤, 책에 나온 크기에 맞춰 모양을 잡고 가볍게 3절 접기를 했다. 루스틱은 성형 없이 짧게 2차 발효하고 굽기 때문에 가스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온화 온도가 높아 발효가 꽤 진행된 상태였고, 발효천에 옮기는 동안 늘어난 길이는 스크래퍼로 살짝 밀어 모양을 다듬었다. 반죽이 1kg이 넘는 대용량이라, 발효천은 되도록 가까이 두고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에어컨 밑 선반에 두고 40분간 2차 발효. 핑거 테스트에서 눌린 자국이 돌아오지 않고 남아있을 때, 테프론 시트지에 뒤집어 옮겨줬다. 루스틱은 이음매가 위로 향하게 굽는 빵이다. 오븐 안에서 이음매가 자연스럽게 터지며 특유의 멋스러운 결 무늬가 만들어진다.
250도로 1시간 예열한 오븐에 넣고, 스팀용으로 법랑팬에 물 100ml를 부었다. 초반 8분간 오븐스프링은 꽤 나왔는데, 법랑팬 안에 물이 다 증발되지 않고 소량 남아 있었다. 오븐스프링이 다 끝난 듯해서 물이 남은 팬을 꺼내고, 온도를 230도로 내려 20분 더 구워냈다. 다음에는 반죽 중량이 클 경우 법랑팬에 자갈을 깔아 스팀 분산 효과를 높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짙은 구움색이 멋진 루스틱이 나왔다. 양쪽에서 밀어 길이를 줄였더니, 가로 주름이 많이 보이고 허리가 잘록하다.
중량이 큰 빵이라 식히는 데 인내심이 필요했다. 1시간 정도 식힌 뒤 단면을 잘라봤다.
잘라보니 커다란 동굴 기공이 한 군데도 아니고 세 군데 정도 뚫려 있었다.
아마도 전날 폴딩 과정에서 글루텐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내부 가스를 글루텐 네트워크가 견디지 못한 채 한쪽에 몰려 터져버린 것 같았다. 다음엔 르방을 25도에서 튼튼하게 키우고, 폴딩 횟수도 늘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르는 내내 구수하고 시큼한 호밀 특유의 향이 퍼졌다. 커다란 기공이 난 조각을 먼저 맛봤는데,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호밀과 르방이 듬뿍 들어가서 크럼은 촉촉하고 크러스트는 마치 누룽지처럼 구수했다. 냉동 후 다음 날 자연 해동해서 그대로 먹어도 크러스트가 질기지 않았다.
친구는 매번 정성스레 먹어주고 예쁜 후기 사진을 보내준다.
웃기려고 일부러 커다란 구멍이 난 조각도 챙겨줬는데, 빵 터졌다고.😂
항상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주는 고마운 빵순이 친구 덕분에 아침 일찍부터 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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