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베이커들이 ‘최고의 바이블’이라 부르는 책. 카피에 끌려 이끌려 사두었지만, 엄청난 두께와 빼곡한 텍스트의 압박에 자주 펼치지 못한 채 책장에 꽂아두곤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야 그 안의 글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와닿는다. 베이킹에 한창 빠져 있던 초반에는 책에서 빠르게 노하우를 얻어 요행을 바랐던 적도 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제빵을 이해하는 데는 결국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거쳐야 하는 수많은 단계를 건너뛰고 지름길만 찾던 나의 욕심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주절주절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부드러운 베이글보다는 속이 꽉 찬 전통 베이글을 좋아한다. 그런 베이글이 너무 먹고 싶어 이번엔 이 책에 실린 레시피를 따라 구워봤다.
책에서는 발효를 돕는 활성 몰트 가루를 쓰지만, 나는 풍미와 색을 보강하는 몰트 액기스로 대체했고 수분율을 조정했다.
하루 전 날, 본 반죽 20%의 밀가루와 물, 소량의 이스트로 묵은 반죽을 만들어 사용한다.
1차 발효를 마친 뒤 6개로 분할해 성형하고, 2차 발효는 냉장고에서 6시간 진행했다.
트레이에 세몰리나 가루를 뿌리는 걸 깜빡했는데, 다행히 된 반죽이라 붙지는 않았지만 덧가루를 뿌렸다면 옮기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22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10도 상하단 열선 + 컨벡션 모드로 15분 구웠다. 반죽 온도가 낮아서 표면에는 버블이 많이 생겼다.
반은 말돈 소금을 토핑해 올렸다.
저온 발효 덕분에 쫄깃하고 밀도 있는 식감이 만들어졌다.
묵은 반죽 덕분인지 풍미가 복합적이고 진하게 느껴진다. 크러스트는 쫄깃하고 크럼은 부드럽다.
베이글은 역시 크림치즈와 최고의 조합인데, 밤이 늦어 꾹 참았다.
언젠가 뉴욕에 가서 뉴욕식 베이글을 먹어볼 날이 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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