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우노트

수분율 85%, 풀리시 캄파뉴 만들기

doughnote 2025. 5. 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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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선물받은 일본 원서 『カンパーニュ(캄파뉴)』. 홈베이커용 다양한 캄파뉴 레시피가 담긴 책인데, 그동안 번역 어플을 켜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책장에 장식처럼 꽂혀 있었다.

그러다 요즘 하드계열 빵 만들기에 푹 빠지면서 다시 꺼내 보게 됐다. 르방으로만 캄파뉴를 구워봤기 때문에 책에 담긴 모든 캄파뉴 레시피가 '풀리시(pre-ferment)'를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외국 서적의 레시피는 따라 하면 항상 책 속 사진처럼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밀가루도, 물도, 작업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이 책에 소개된 기본 캄파뉴 레시피도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수분량을 85%로 높이고, 발효 방식도 조정해가며 네 번째 도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금이 들어가는 풀리시?

책에서는 풀리시 반죽에 소량의 소금이 들어간다. 그리고 발효 피크까지 90~120분 걸린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 실내 온도 25도 기준으로는 피크까지 5시간 40분이 걸렸다.

보통 풀리시는 6~14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어서, 책의 짧은 발효 시간이 조금 의아했다. 특히 발효 온도 언급 없이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나면 냉장 휴지 6시간 후 사용'이라고만 되어 있어 해석이 어려웠다.

조금 더 찾아보니, 풀리시에 소금을 소량 넣으면 발효 속도를 늦추고 풍미를 더 깔끔하게 만든다고 한다. 책에는 없던 정보지만, 덕분에 이해가 되었다.

나는 실내 온도가 높지 않아 소금은 빼고 만들었고, 대신 본반죽에 소금을 그만큼 추가했다. 기포가 활발히 올라오고 표면에 울퉁불퉁한 크랙이 생기면 발효 피크라고 배웠기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피크를 지나버리면 발효력이 약해져 빵이 주저앉을 수 있다.

 

 

 

풀리시와 본반죽

피크에 도달한 풀리시는 냉장고에 6시간 정도 휴지시킨 후 사용했다. 바로 사용해도 되지만, 냉장 휴지를 거치면 풍미가 깊어지고 시간 조절도 더 유연하다.

본반죽은 풀리시와 강력분, 통밀가루, 호밀가루, 소금, 이스트를 넣고 실리콘 주걱으로 섞어 오토리즈(autolyse)와 스트레치&폴딩을 3회 반복한 뒤 냉장고에 넣었다. 오토리즈 간격은 처음엔 책의 안내대로 30분으로 했지만, 냉장고 안에서 과발효가 되는 문제가 있어 20분 간격으로 줄였고, 수분율이 높아 반죽이 질척거리기에 폴딩도 1회 더 추가했다.

마지막 오토리즈 이후 3절 접기를 하고 발효 용기에 옮긴 뒤, 냉장 발효 전에 실온에서 20분 두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졸려서 5분만 두고 바로 넣었다.

다음 날, 냉장 저온 발효 10시간 후 꺼내 보니 부피가 다소 부족해 실온에서 1시간 추가 발효했다.

냉장 1차 발효 10시간 전후
추가 실온 1시간 발효 후

성형부터 굽기까지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가스를 최대한 빼지 않고 성형해 타원형 반느통에 담았다. (벤치 타임 없이 바로 2차 발효에 들어가는 공정이다.) 실온 24도에서 45분 발효 후, 핑거 테스트에서 자국이 살짝 남을 때 오븐에 넣었다.

일자 쿠프를 깊게 내고 굽기 시작. 책에서는 수분 75~85% 이상인 고수분 캄파뉴는 더치오븐을 권장했지만, 나는 스메그 터치 오븐의 열선모드를 활용해 곱돌을 예열해 사용했다.

 

자갈을 깜빡하고 함께 예열하지 못해, 급하게 반죽 넣기 5분 전에 법랑 트레이를 바닥에 넣었다. 실온 물을 반 컵 부었는데 치익- 소리와 함께 나름 괜찮은 스팀 효과가 나왔고, 오븐 스프링도 준수했다. 수분이 많은 반죽이라면 꼭 자갈 예열을 안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븐 스프링이 충분히 오른 13분 후, 문을 살짝 열어 스팀을 빼고, 이후 230도에서 15분 이상 더 구워 크러스트 색을 내며 마무리했다.

 

1차 발효 후 성형 직후
실온 2차 발효 45분 후

 

실패에서 얻은 것들

이 캄파뉴는 호밀 15%, 통밀 10%가 들어가 기공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높은 수분율 덕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사워도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정리 되지 않은 큰 기공 때문에 한쪽 모서리가 튀어나왔다

 

 

 

1~3차 시도에서는 1차 과발효로 글루텐이 무너져 오븐 스프링이 약했고, 자를 땐 크럼도 밀리고 떡진 식감이었다.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풀리시 때문인지 쿰쿰한 향이 나서 아쉬움이 컸다.

과발효가 진행되면 유산균의 산성 성분이 글루텐 망을 분해한다. 이로 인해 반죽의 가스 유지력이 약해지고, 오븐 스프링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1차 발효 과발효 캄파뉴, 수분율 75%

 

 

 

이번 풀리시 캄파뉴는 일본 책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내 환경에 맞춰 조정하면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케이스였다.

외국 레시피를 볼 때는 단순히 ‘시간’이나 ‘온도’를 믿기보다 내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테스트해보는 과정이 필수인 것 같다.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풀리시 캄파뉴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사워도우처럼 산미는 약하지만 풀리시 캄파뉴도 맛있다는걸 직접 만들어보고 알게 되었고 다른 풀리시 레시피도 종종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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